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의 십자포화 사이에서 불편한 위치에 끼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중 간 십자포화에 사로잡히지 않고 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것이 삼성전자가 직면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미·중은 지난해 삼성 매출 중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삼성은 가전제품과 기기 부품 판매를 위협하는 미국발 관세 공격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미·중 간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각각 풀어가야 한다. 삼성은 미국에 TV, 스마트폰, 가전제품 수출하고 중국에는 메모리칩을 수출하고 있다. 양국에 대규모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삼성은 가전제품과 반도체 제조 공장에 대한 투자를 포함, 총 1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약 3억8000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1월에는 가전 공장에서 첫 세탁기 제품을 출하했다.
중국에서는 총 70억 달러를 투자해 산시성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2014년 준공해 가동 중이다. 앞으로 3년간 중국의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 일대일로를 위해 약 총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WSJ은 그러나 삼성이 양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봤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수입 세탁기에 최고 50%의 관세를 매기고, 반도체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이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도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디스플레이나 메모리 반도체 칩 등의 중국산 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중국 내 삼성전자 입지가 변할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6월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칩 제조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3월 연례 주주 총회에서 “무역 보호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1년 내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삼성이 스마트폰을 베트남이나 인도에서 생산하고, TV 생산도 전 세계로 다변화해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전반적인 충격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면서도 반도체가 들어간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표적이 되면 삼성은 간접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리라 예측했다.
WSJ은 한국무역협회의 문병기 수석연구원을 인용해 “글로벌 무역 전쟁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시장에 연간 40억 달러의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은 삼성의 2017년 총 매출 239조5800억 원 중 각각 4분의 1과 6분의 1씩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양국에 대한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미국 상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대미 로비 규모는 한 해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40만 달러에 달하며, 올 상반기에도 220만 달러를 지출했다.
WSJ은 그러면서도 삼성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많은 기업이 삼성전자의 부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고, 대체 공급자를 찾기 쉽지 않아 ‘일정한 보호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CLSA의 수석 분석가인 산지브 라나는 “전 세계는 그들(삼성전자)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