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화를 둘러싼 논란이 증권사 간 소송과 단체행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6월 말 발표가 예정이던 CERCG 회사채 디폴트 관련 자구안은 7월에 이어 8월 초로 연기됐다. 사실상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자구안이 발표될지도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BCP에 투자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9곳은 애가 탈 노릇이다. 해당 상품의 유동화에 참여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ABCP 발행의 주관사가 아니라며 ABCP 사태의 책임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 CERCG 측에서는 비즈니스 카운터파티(계약당사자)는 한화투자증권이라며 ABCP에 투자한 증권사들과의 직접적 접촉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ABCP의 기초자산이 된 회사채 회수와 관련한 문의를 중국 쪽에 직적하고 싶어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화투자증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는데, ‘주관사’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해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ABCP에 투자한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부산은행, 하나은행은 채권단을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ABCP 구조화에 참여한 증권사 2곳과 해당 상품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대한 소송 진행은 물론 ABCP 기초자산이 된 채권회사 자구안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 달러(약 3948억 원)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다. CERCG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된 모든 채권이 동반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1646억 원 규모로 발행된 ABCP도 부실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ABCP를 사들은 금융회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투자한 금융기관은 현대차증권(500억 원), KB증권(200억 원), BNK투자증권(200억 원), 유안타증권(150억 원), 신영증권(100억 원) 등 증권사를 비롯해 KTB자산운용(200억 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 원) 등이다. 특히 발행된 물량 중 약 495억 원 정도가 펀드와 신탁 형태로 개인 고객들에게도 판매돼 피해 우려도 커지게 됐다.
가장 투자 규모가 큰 현대차증권는 해당 ABCP의 부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금의 45%인 225억 원을 2분기 중 손실 처리했다. 전단채펀드에 해당 ABCP를 담았던 KTB자산운용은 200억 원 규모의 ABCP 투자분의 80%를 상각처리했고, 최근에는 고유자금 50억 원을 펀드에 투입했다. BNK투자증권도 투자금의 75%를 상각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과 함께 ABCP에 투자했던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은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번 공동대응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CERCG 보증 ABCP를 사들였지만, 전액을 현대차증권이 되사가기로 구두계약을 맺은 만큼 계약 불이행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단 구성은 우리도 요청해 왔던 사안"이라면서 "자산관리회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