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 나흘 만에 단행된 조직 개편 및 인사는 전임 회장의 색채를 지우면서도, 실리와 전문성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장인화 철강 2부문장(사장)을 철강 1·2부문을 통합한 철강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철강 1부문장을 맡고 있던 오인환 사장은 겸직하고 있던 포스코 인재창조원장에 전념하게 됐다. 최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장 사장의 역할은 확대된 데 반해, 오 사장의 역할은 축소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권오준 색깔 지우기’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역할이 축소된 오 사장은 ‘권오준호(號)’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권 전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4년 2월 출범한 ‘혁신 포스코 1.0’추진반에서 철강 경쟁력 강화 부문에 배치돼 포스코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권 전 회장 체제의 포스코에서 그는 철강 1부문장을 맡으며 포스코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 왔다. 이런 이유로 오 사장은 권 전 회장의 후계자로 줄곧 거론돼 왔다.
최 회장의 경우, 회장 선임 이후 권오준 체제와 거리를 두고 포스코 쇄신 요구에 부응해야한다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그가 취임 나흘 만에 권 전 회장의 최측근인 오 사장의 역할을 축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 회장도 그간 ‘권오준 라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던 만큼, 권오준 색깔 지우기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오 사장의 역할 축소는 권 전 회장의 색채를 최소화해, 포스코 쇄신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인화 사장을 철강부문 총괄로 임명한 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인 그는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입사해 해당 연구소의 강구조연구소장까지 맡은 ‘기술통’이기 때문이다. 오 사장도 37년 경력의 베테랑 철강 전문가이지만 인문계(경북대 사회학과)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어, 장 사장을 포스코 철강 부문의 적임자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소폭으로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는 ‘실리’를 중시하는 최 회장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최 회장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인사와 함께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홍보실과 대외협력실도 통합, 커뮤니케이션실로 확대했다. 이는 외부와의 소통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룹 커뮤니케이션과 인사, 노무 등을 담당하는 경영지원센터는 경영지원본부로 격상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음·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해 신소재 부문의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