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 조사에 변호사가 아닌 신뢰관계자 입회를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물론 시장에서 변호사 입회 허용 범위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절충안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1일부터 불공정거래 조사 시 고령자나 미성년자, 장애인 등 배려를 요하는 피조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를 도입한다. 신뢰관계자는 피조사의 직계친족, 형제·자매, 배우자, 동거인, 보호·교육시설 담당자 등이다. 피조사자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소명 자료를 담당 조사원에게 제출해 확인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만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를 도입한 것은 피조사자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조사의 실효성을 잃지 않으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올 2월 자본시장 제재절차 개선을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운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의 조사·감리에서도 변호사 입회 허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감원 측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은, TF에서 제시한 제재대상자 권익보장 방안 중 하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2016년부터 증권범죄 조사에서 변호사 입회와 확인서 열람 등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아직 이와 관련한 규정을 도입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는 현장조사권이나 압수수색권 등 강제조사권한이 없는 행정처분 과정이기 때문에 변호사 입회까지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가능한 범위는 조사 후 검찰로 조사 내용을 넘기는 것인데 압수수색권한도 없이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 입회를 허용하게 되면 수사 착수 전 정보 유출이나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변호사 입회에 대한 논의 전에 조사권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자본시장 부문 혁신 과제에 디지털포렌식 장비와 현장조사권 등 조사수단을 확보·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현재 금융위원장에게만 있는 특별사법경찰 추천권을 금감원장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러나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민간회사인 금감원이 강제조사권까지 갖게 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사건 전문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가 불공정거래 피조사자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국세청이나 공정위 등의 조사 시에도 변호인 입회가 허용되는 만큼 금감원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