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은 사회에서 장기간 맡는 지위로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무기계약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것을 사회적 신분에 대한 차별적 처우로 보고 이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박종택 부장판사)는 1일 무기계약 근로자 진모 씨 외 7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1988년부터 고용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진 씨 등은 2003년 12월 직제개편 과정에서 기혼이거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퇴직을 권고받았다. 이후 일용직으로나마 일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은 퇴직 후 일용직 공무원을 거쳐 무기계약 근로자가 됐다. 그러나 당시 퇴직을 거부한 고용직 공무원 대다수는 공무원임용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됐다.
문제는 임금 산정 방식이었다. 국가는 무기계약 근로자의 임금을 산정할 때 고용직 근로자로서의 근무 경력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능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경력을 100% 반영했다. 이에 무기계약 근로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낮은 대우나 보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격이나 능력이 열등하다는 평가가 직장에서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존재한다"며 "무기계약직 차별을 이유로 한 소송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무기계약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교되는 두 집단이 같아야 하는데 원고들과 기능직 공무원들은 고용직 공무원 시절부터 담당하던 업무를 계속 맡고 있고, 원고들이 국가의 퇴사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기능직 공무원이 될 수도 있었다"며 두 집단은 같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별적 처우를 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고용직 공무원을 퇴직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나 퇴직이 원고들 탓이라고 볼 수 없기에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자발적으로 퇴직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이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