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이 재계에 몰고올 '후폭풍'

입력 2008-04-23 12:57 수정 2008-04-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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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지난 22일 발표한 '쇄신안'이 다른 그룹들에게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전략기획실 해체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표명해 여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것이란 분석에서다.

삼성은 그간 인사와 예산통제, 정보 등으로 계열사들을 장악해 온 전략기획실을 6월말까지 해체하기로 했다. 아직도 많은 그룹들이 삼성의 전략기획실과 같이 그룹 총괄기구 조직을 통해 계열사 전략을 조율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6년부터 기획조정실을 운영중이다. 롯데는 롯데쇼핑 소속의 정책본부가 그룹 총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전략경영본부 산하로 한진은 회장 직속 구조조정실을 두고 있다. 한화는 구조본을 폐쇄하고 2006년부터 경영기획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이 같은 그룹 총괄기구에 대해 과거와 같이 계열사 통제는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룹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진출 및 계열사간 중복투자 방지 등 조정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는 총괄기구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로부터는 "구조본이 옷만 바꿔입었을 뿐 그룹 총괄기구는 총수 일가의 권한 강화와 함께 인사, 감사, 재무통제 등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동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삼성의 전략기획실 해체는 다른 그룹들에게도 적지 않은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은 구체적 계획이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개선 의지도 표명했다.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를 거쳐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이자 이재용 전무가 최대주주이기도 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간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

다만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약 20조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 때문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우나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며 우선은 순환출자 해소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지주사로 전환한 LG나 SK, CJ, GS의 경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 따라 이의 전환을 꾀하려는 그룹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금호아시아나, 한화, 동양 등 금융계열사를 소유한 그룹들이 새 정부에서 단계적인 지주사 전환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빨라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에는 재계가 공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영권 안정 등에서 정부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주사를 도입한 그룹들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고 하지만 총수 일가의 소유구조 왜곡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와 함께 계열사 관리 업무 역할 외에 그룹 총괄기구로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가 고객총괄책임을 사임하고 해외 현장 근무를 통해 경영 수업을 더 받게 된다. 그간 순탄하게 진행됐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짐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신 삼성은 각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다른 재벌그룹들의 승계 역시 철저한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수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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