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그룹에 따르면 11번가의 최고경영자(CEO)로 AI 전문가인 이상호<사진>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이 내정됐다. 동국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이 단장은 LG전자, NHN, 다음, 카카오 등에서 검색 및 음성인식과 관련된 서비스를 개발한 인물이다. 지난 2016년 SK플래닛 기술총괄(CTO)로 SK에 합류해 현재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포함한 AI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 9조 원으로 국내 최대 오픈마켓 자리를 지키고 있는 11번가 지난해까지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들어 방향을 급선회, 공격적인 투자 유치와 법인 신설 등을 통해 첨단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존 방식으로 올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개선하는 데 안주하고 있어 미래 생존이 불확실하다”며 “껍질을 깨는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딥 체인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SK는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11번가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하고, 그 시작으로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에서 분리해 신설법인으로 설립했으며 5000억 원의 외부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영역 확대, 첨단 기술과 이커머스 융합 등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SK의 이같은 결정에는 국내 유통기업들의 온라인 사업 확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힘써 온 재계가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으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뉜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이커머스 신설법인을 설립키로 했으며 롯데쇼핑도 롯데닷컴과의 합병을 통해 5년간 3조 원을 투자하는 한편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1번가가 AI 전문가를 대표 자리에 앉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1번가는 지난해부터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를 통한 음성쇼핑 서비스를 시작해 AI와 전자상거래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에 도전하고 나섰다. “글로벌 시장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최 회장의 주문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11번가는 앞으로도 빅데이터 큐레이션(고객이 사전에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 추천)을 위한 기술 도입에 투자해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상호 단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이커머스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기술과 접목하면 추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11번가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고객데이터에 기반을 둔 AI 기술을 접목하는 질적 성장을 통해 ‘한국형 아마존’ 모델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