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발목이 잡힌 재계는 밖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발발한 보호무역주의에 짓눌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서 G2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액 감소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들은 전자와 자동차·기계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적잖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피해액은 최대 31조 원에 달한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다. 결국 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중간재의 대중 수출도 중단된다고 가정하면 피해액은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 원)로 추산된다. 세계 산업 연관표를 활용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가 한국의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다.
이는 한국의 작년 대중 수출액(1421억2000만 달러)의 19.9%, 총수출액(5736억9000만 달러)의 4.9%에 해당한다. 품목별로는 전자장비, 정보기술(IT), 유화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초반 판세가 불리하게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진다. 코너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수입차 관세 25%를 추진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양국의 관세 전쟁을 피해 속속 생산설비가 중국을 향하면 엉뚱하게 한국과 일본, 유럽차에 관세 부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슈퍼호황을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에서 22%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하는데 만약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를 탑재한 중국 완제품 수입을 제재하면 경제 전반의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적인 손실 외에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미국은 한국을 첫 번째 철강 관세 면제국으로 지정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을 들어주길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지난해 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풀면서, 한국이 내심 중국 편을 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