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의심' 고혈압약 대란에… 환자도 제약사도 ‘몸살’

입력 2018-07-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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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고혈압약 대란에 제약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발암물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식품의약안전처 사이트는 마비됐고 환자들은 불안에 떠는 중이다.

식약처는 중국 ‘제지앙화하이’사가 제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치료제 219개 품목 중 187개 품목의 점검을 9일 완료했다. 점검 결과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91개 품목(40개 업체)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해제하고, 나머지 128개 제품은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유지하기로 했다. 128개 가운데 32개 품목은 현재 조사 진행 중이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불순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확인돼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가 2A군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2A는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식약처가 검증에 앞서 문제 품목을 먼저 발표하면서 환자들의 혼란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조사 후 최초 발표한 219개 품목 중 91개의 판매중지가 해제됐고, 조사가 진행 중인만큼 해제 품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식약처는 “환자 보호를 위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중지 결단을 내렸다”면서도 “(해당 제품을) 임의로 복용 중단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한 후 방침에 따르라”는 말로 한발 물러섰다.

혼란 속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발암물질이 든 약을 내 가족들이 얼마나 오래 먹었는지 모르는 일인데 정말 불안하다”고 호소하며 당국의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발표된 판매중지 품목에는 중소 제약사들의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업체는 매출 감소 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판매중지 유지 제품 128개 목록에는 동구바이오제약, 마더스제약, 이연제약, 알보젠코리아, 진양제약, 부광약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형 제약사의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 개발사나 국내 개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지만, 소규모 회사들은 원가가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중지 처분에 따라 처방이 다른 제품으로 변경되면 원료의약품을 변경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며 “고스란히 제약사의 손실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현장확인조사와 함께 불순물의 원인, 함유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국내외 정보를 수집·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제지앙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한 사람들에게는 발진, 가려움질, 구역질, 어지럼증 등 고혈압약의 일반적인 부작용만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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