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국어사전은 장마를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라고 풀이하고 있다. 더러 장마의 ‘장’을 한자 ‘長(길 장)’으로 여겨 ‘마’는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장마는 아직 그 어원을 밝히지 못한 말로서 순우리말인지 한자어인지 확인할 수 없다. ‘長’과 ‘물’의 고어인 ‘맣’의 합성어라는 설도 있고,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도 있다.
장마와 같은 의미의 한자어로는 ‘매우(梅雨 梅: 매화 매)’, ‘임우(霖雨 霖:장마 림)’ 등이 있다. 梅雨는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해마다 장맛비는 6월 상순부터 7월 상순경에 걸쳐 내리는데 이때에 매실이 익고 제때에 수확을 하지 못한 매실은 장맛비에 떨어지기 때문에 梅雨라는 말이 생겼다. 梅雨는 본래 중국어이고 일본도 중국어를 차용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더러 梅雨를 ‘매雨’라고 쓰기도 한다. ‘매’는 ‘곰팡이’를 뜻하는 글자이다. 장맛비는 많은 습기를 수반하여 쉬이 곰팡이를 피게 하는 비이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것이다. 같은 발음의 ‘매우’ 중에는 ‘雨’도 있다. 이때의 ‘’는 ‘흙비 올 매’라고 훈독하며 심한 황사현상 후에 공기 중의 흙먼지를 씻어 내리는 비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대변이나 소변, 특히 왕의 대변이나 소변을 ‘매우’라고 했다. 이 ‘매우’ 또한 어원이 분명하지 않다. 다만 왕의 대소변을 매실 향기를 띤 것으로 미화한 말일 것이라는 짐작만 하고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높은 습도, 곳곳에서 쉽게 피어나는 곰팡이 등으로 인해 장마를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마는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한용운 시인의 시를 떠올려 본다.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