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약세에 새로운 시련…인민은행 환율 개입 임박

입력 2018-07-04 08:56 수정 2018-07-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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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 최근 한 달 간 4% 하락으로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부진…2015년 ‘차이나 쇼크’ 재연 우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새로운 시련에 직면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의 시장 변동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위안화 환율을 기본적으로 안정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고 국외 자본 흐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위안화 하락을 견제하는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화 당 위안화 가치는 0.3% 하락한 6.6672위안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6.7204위안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까지 위안화 가치는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보다 높았으나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 약 4% 하락해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통화가 됐다. 무역가중기준 위안화 가치는 올해 초부터 2개월 전까지 3.2% 올랐으나 현재는 0.2% 상승에 그친 상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는 징후를 보이는 사이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에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갈등과 경기침체, 무역흑자 축소 우려가 더해졌다. 아난다 미트라 BNY멜론인베스트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때에 무역전쟁에 대한 긴장과 불안감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통화완화 정책도 환율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고 타이 후이 JP모건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과 상호 간 보복관세 발효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6일 중국에 340억 달러(약 37조9100억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도 같은 날 비슷한 규모의 보복 관세를 발효한다. 이에 무역전쟁 불안감이 커지면서 위안화 하락 압박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며칠간 위안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인민은행이 하락세를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NN머니는 이날 인민은행을 대신하는 중국 대형 국영 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위안화를 매입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환율을 미국에 맞설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위안화 약세로 해외시장에서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미국의 반발을 일으켜 무역 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중국 당국자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무역전쟁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2015년 발생한 ‘쇼크’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 2015~2016년 중국은 통화정책 완화 등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자본유출을 겪었다. 만약 이번에도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본유출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미 부채 증가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심화하고 있는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 후이 수석 전략가는 “중국 당국은 또다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경제 흐름 조정에 들어가며 개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시장 자유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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