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인수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사실관계를 부인했지만 1년 만에 주변상황이 달라졌다.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 중인 현대차그룹은 부품 계열사의 영향력 확대가 절실해졌고, FCA 최대주주 역시 최근 매각을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FCA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홍콩계 영자지 아시아타임즈는 “FCA 주총이 열리는 내년 5월까지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19일에는 M&A 및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캐피톨 인텔리젠스 그룹’도 “현대차그룹이 FCA에 대한 인수 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기도 했다.
FCA는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를 거느린 피아트, 램과 지프 등을 갖춘 크라이슬러가 합병하면서 2014년 설립됐다. 브랜드가 여럿이지만 현대차그룹(755만 대·5위)에 비해 규모가 작은, 연산 470만 대 수준의 글로벌 7위 자동차그룹이다.
인수설이 재부상한 이유는 지난해 상황과 면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던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중심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내놨다. △친환경차 부품생산 △자율주행차 매출 성장 △현대기아차 의존도 축소 등이 골자다. 이 방안은 다른 완성차 업체를 추가고객으로 확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과제다. 이들 외신은 현대차그룹이 FCA를 인수하면 이들 산하에 있는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모비스가 부품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90%에 이르는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6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기발전방안과 맞닿는다. 나아가 SUV 전문 브랜드(지프)와 고급차 브랜드(마세라티)라는 라인업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FCA도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와 달리 최대주주인 엑소르(exor) 그룹이 자동차사업 철수를 공언하며 매각주체를 찾고 있다. 덩치가 크다보니 미국 GM과 독일 폭스바겐 그밖에 중국 기업이 물망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GM은 반대했고, 폭스바겐도 디젤 게이트 이후 M&A를 중단한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지면서 중국 자본 역시 FCA 인수가 어렵게 됐다. 이렇게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인수설(說)이 재부상한 셈이다. 여기에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현대차그룹과 FCA 지분 추가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인수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미 발표한 사안”이라면서도 “FCA 인수는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