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살(煞)풀이

입력 2018-06-28 11: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우리의 전통 춤 가운데 ‘살풀이 춤’이라는 게 있다. 소복을 입고 손에는 하얀 천을 들고서 살풀이장단에 맞춰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 동작이 그다지 크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도 내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감추고 있는 춤이다.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가시적인 정열을 한껏 분출하는 춤이라면 우리의 살풀이춤은 안으로 열정을 감추다 못해 금방 터질 것 같으면서도 소리 죽여 흐느끼게 하는 춤이다. 우리 춤의 정수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품이춤은 원래 살풀이를 할 때 추는 춤이다. 살풀이는 한자의 煞(살)과 순우리말의 풀이가 합쳐진 말로, 문자 그대로 煞을 푼다는 뜻이다. 煞은 흔히 ‘죽일 살’이라고 훈독하는데, 실지로 생명을 죽인다는 의미의 글자인 ‘殺(죽일 살)’과 달리 ‘풀이 죽다’, ‘기가 죽다’ 등과 같이 본래 가지고 있던 색깔이나 특징 따위를 약화시켜 드러나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煞이 명사로 쓰일 때는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귀신의 기운”을 이르는 말이다. 돌연사를 의미하는 ‘급살(急煞)을 맞았다’는 말의 急煞에 쓰인 ‘煞’이 바로 그런 뜻이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그런 煞을 타고난 사람이 있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어떤 인연에 의해 두 사람 사이에 그런 몹쓸 살이 끼어들기도 한단다.

살풀이는 바로 이처럼 타고난 몹쓸 살이나 끼어든 나쁜 살을 풀어주는 굿을 말한다. 한자말로는 ‘풀 해(解)’를 써서 해살(解煞)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꼭 그런 운명적인 煞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오해로 인해 생긴 증오도 살에 비유하여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하는 것을 살풀이라고 하게 되었다.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미국이 다시 만나 악수를 했다. 이미 살풀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혹시 다시 살이 낄까 봐 살풀이굿이라도 해서 다시는 갈라서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나만의 바람이자 조바심일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미국에선 266억 당첨됐다는데"…우리나라 로또로 '인생역전'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 혁신기업, 출발부터 규제 '핸디캡'...법·제도·정치 '첩첩산중' [규제 버퍼링에 울상짓는 혁신기업①]
  • 상암 잔디는 괜찮나요?…아이유 콘서트 그 후 [해시태그]
  • 노다지 시장 찾아라…인도네시아 가는 K-제약·바이오
  • '허리띠 졸라매기' 게임사들…인력감축·서비스 종료 속도낸다
  • 비트코인, 뉴욕 증시 랠리에 호조…6만4000달러 터치 [Bit코인]
  • 체험존·굿즈 등 즐길 거리 다양…"'골때녀' 팝업 통해 풋살 관심 늘었어요"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09.25 13:1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5,565,000
    • +1.44%
    • 이더리움
    • 3,510,000
    • +0.11%
    • 비트코인 캐시
    • 468,900
    • +3.51%
    • 리플
    • 788
    • +0.9%
    • 솔라나
    • 201,900
    • +3.17%
    • 에이다
    • 516
    • +6.61%
    • 이오스
    • 702
    • +1.45%
    • 트론
    • 201
    • -1.47%
    • 스텔라루멘
    • 129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7,200
    • +3.62%
    • 체인링크
    • 16,270
    • +8.03%
    • 샌드박스
    • 378
    • +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