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의 관계와 군 문제, 지역 안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리 우사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볼턴 보좌관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모스크바 방문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경제 제재와 외교관 추방으로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랜만에 미국 고위 관계자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 고위관계자의 공식적인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4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마지막이다.
두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별도로 정상회담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정상의 회담 날짜와 장소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다음 달 중순에 만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제까지 언급된 회담 장소는 오스트리아 빈과 핀란드 헬싱키다. 5일 푸틴 대통령이 빈을 방문한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수석대변인이 직접 나서 “빈에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 등 미국 매체는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헬싱키가 가장 가능성 있는 장소”라고 보도했다. 핀란드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두 정상의 만남이 헬싱키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일이 성사된다면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냉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 할 정도로 악화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를 문제 삼아 미 의회는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고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 대규모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복귀를 주장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가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