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균형을 막기 위해 탄생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일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합산규제가 폐기되면 올 하반기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시장에 인수·합병(M&A) 등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정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가진 KT그룹 때문에 생겨났다.
2015년 6월 시작해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시장점유율 제한 규제가 자동 일몰되면 IPTV와 케이블TV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지만 위성방송은 이 같은 규제를 다시 받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몰 연장을 하려면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가 구성되고 개정 법안이 과방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후 전체 의결에 들어가야 한다”며 “적어도 4월에는 진행됐어야 일몰 연장이 가능하며 현시점에서 일몰 연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이블TV방송협회는 합산규제 일몰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 단체는 지난달 간담회를 열어 합산규제 폐지는 공정경쟁에 위배된다며 연장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경쟁 IPTV 업체들은 합산규제 일몰 연장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케이블 업계처럼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KT를 합산규제로 묶어둔 후 공격적 마케팅, M&A 등으로 KT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어 일몰 연장을 원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도 덩치가 커질 경우 합산 규제에 묶일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에선 합산규제가 예정대로 일몰될 경우 점유율 상한제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유료방송 시장에 M&A가 활발해져 시장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M&A 대상 업체로 거론되는 곳은 CJ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이다. 실제로 자금력을 가진 통신사들이 연초부터 케이블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1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다, 언론에 노출되면서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인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CJ헬로비전 인수에 한 차례 실패를 맛봤던 SK텔레콤도 M&A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연초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케이블TV든 통신사든 같이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M&A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도 LG유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콘텐츠 시장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어 시장 판도를 뒤바꿀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