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를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들이 1인당 매년 2톤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공항까지 왕복하면 승객 한 명 당 3.9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가항공사(LCC)들이 성장하면서 2036년까지 항공기 이용 승객이 연간 78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라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은 갈수록 늘어날 예정이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하는 항공 운항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탄소 배출 오프셋이다. 탄소 배출 오프셋은 승객들이 항공기를 이용할 때마다 개발도상국의 청정 에너지사업이나 삼림 조성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탄소 배출 오프셋 하나당 1톤의 이산화탄소가 상쇄된다. 미국의 환경보호 단체 포레스트트렌드의 켈리 햄릭 프로그램 담당자는 “오프셋은 비행기를 이용할 때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포레스트트렌드에 따르면 현재 탄소 배출 오프셋을 지원하는 항공사는 미국 델타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에어캐나다 등이다. 이들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환경보호 비영리단체인 마이클라이미트(myclimate)나 아트모스페어(atmosfair)에서 따로 오프셋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아트모스페어에서 계산한 인천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의 오프셋 비용은 91유로(약 11만 원)다.
오프셋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돈을 내기만 하면 마음껏 탄소를 배출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수의 사람만 탄소 배출 오프셋을 이용한다는 한계도 있다. 2016년에는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이용한 승객 중 1%만이 오프셋을 선택했다. 오프셋 옵션이 항공권 예약 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고 승객이 따로 기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오프셋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따라서 오프셋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기부금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영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도이치벨레는 “자발적탄소감축표준(VCS)이나 세계자연기금(WEF)의 골드스탠다드에 맞춰 탄소 배출 상쇄를 감독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