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한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웃돌았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스타트업으로 모여드는 자금이 적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토양이 부족하다. 이에 스타트업들은 IPO 대신 대기업 자금과 기술을 활용하려 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미국에서는 보편화됐다.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상장 신생기업을 가리킨다. 미국은 스타트업 투자를 회수하는 출구의 90%가 구글 등 대기업에 의한 인수·합병(M&A)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IPO가 주축이었지만 미국의 추세를 따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도쿄 소재 M&A 전문 컨설팅 업체 레코프에 따르면 올 들어 1~5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어난 26건에 달했다. 이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인수 총액도 169억 엔(약 16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급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의 49건을 웃돌 기세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레코프는 설립된 지 10년 미만의 젊은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같은 기간 스타트업의 IPO 건수는 25건을 기록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매년 IPO 건수가 90건 안팎을 기록하며 그중 설립 10년 미만 기업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M&A 건수는 전체 IPO 대비 10~20%에 이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IPO가 유력한 수단이지만 준비에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스타트업들은 기술 동향 등 경쟁 환경이 치열한 가운데 대기업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 최대 산업용 로봇업체 화낙은 지난 2월 사람과 협동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라이프로보틱스를 인수했다. 다이와하우스공업은 소매용 결제 서비스 로열게이트를 사들였다.
다만 미국과 중국에서는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그룹홀딩 등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탐욕적으로 사들이는 것에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인수 공세에 기술과 고객이 대기업에 편중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가 1500억 엔 정도로 50배나 많은 미국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며 스타트업들이 기존의 IPO가 중심이었던 자금조달 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미국은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 수가 70~120개에 달하지만 일본은 19일 중고거래 앱 메루카리가 상장하면서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