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중국과 일본의 속내가 복잡하다. 양국 모두 북미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으나 원하는 바는 다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이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의 핵무기 파괴와 납치 문제 해결을 바라며 중국은 북미 대화를 자국의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한반도 평화협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대신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없애는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북한에 대한 일본의 요구는 일본이 사정권에 포함된 중·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대량 살상 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핵화 측면에서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출신인 야부나카 미토지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일본에 가장 좋은 결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확실히 약속하는 것”이라면서 “모호한 약속은 우리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없는 평화협정은 문제가 되는 결과”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미일정상회담과 전날 전화통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납북자 문제는 잇따른 스캔들로 자국에서 위기를 맞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우선순위다.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 문제를 언급했을 때 김 위원장이 어떻게 답할지도 관건이다. FT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를 촉구했음에도 이 사안이 회담에서 무시된다면 일본 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오랫동안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지지해왔으나 실제로는 북한이 미국과 급격한 ‘해빙 모드’에 돌입하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바란다. 북미 관계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긴장감이 심화하던 때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지 못했다. CNBC는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이 활용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라면서 중국은 북한을 앞세워 강력한 무역 협상 카드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도울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적대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 이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인 북한의 체제 보장을 약속할 경우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이 최선의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잭 애블린 크레셋웰스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북미회담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에 공격적 관세 부과에 돌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회담이 잘못된다면 관세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불신하고 있어 북미 관계가 가까워지면 북중 관계가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폴 해늘 중국 칭화대 부설 칭화-카네기센터 소장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우려하며 북한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