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ZTE와 제재 해제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ZTE가 10억 달러(약 1조695억 원)의 벌금과 이행보증금 4억 달러를 내고 30일 안에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 규정 준수 담당자가 ZTE에 상주하면서 10년간 감시한다.
제재가 해제되면서 ZTE는 스마트폰 생산과 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미국 공급업체 부품을 다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로스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다시 제재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ZTE가 이란·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로스 장관은 ZTE에 대한 제재가 단순한 법적 조치라고 말했으나 이 회사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ZTE 제재 해제가 임박하자 중국 당국은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 인수 승인에 착수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안보와 연관된 ZTE 제재를 무역 협상의 수단으로 이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초당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과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정부 부처와 기관이 ZTE와 화웨이 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대출·보조금 제공도 금지했다.
한편 미 의회는 구글이 화웨이와 맺은 계약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의회는 화웨이와 구글의 운영체제(OS) 제휴를 문제 삼고 있다. 올해 1월 구글은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생산한 기기에서 안드로이드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해 텍스트와 사진, 기타 미디어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구글은 지난 2년 동안 12개 이상의 이동통신사 및 스마트폰 제조사와 유사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구글 대변인은 “많은 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화웨이를 비롯해 전 세계 수십 개의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계약에 구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특수한 접근을 제공하지 않으며 구글의 계약에는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측은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앞서 의회는 페이스북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4개사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전날 페이스북은 중국 업체와 데이터 공유 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있으나 화웨이와의 파트너십을 이번 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대변인은 “페이스북과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페이스북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화웨이는 미국을 비롯해 170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모든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개인정보 보호와 엔지니어링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미 의원들은 이동통신사 AT&T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계약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화웨이와 ZTE 장비 판매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WSJ는 미 법무부가 ZTE와 유사한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CNN머니는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는 수년간 미국 정부의 의혹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WSJ는 미 의회가 화웨이와 ZTE를 압박하려는 노력의 최전선에 서 있다면서 미국 관료들과 의원들은 두 기업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