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LG유플러스가 속도 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내놓더니, 지난달 30일에는 KT가 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포함한 파격적인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다. KT의 3만3000원(LTE 베이직) 요금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25% 요금할인 시 2만 원대)와 비교할 때 데이터 양은 1GB로 같고,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이어서 혜택이 더 크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대체할 요금제”라며 내심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산되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요금제 개편 기사 댓글에는 “통신사가 또 물타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걸 왜 이제 하면서 생색내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난으로 가득 찼다. 그동안 폭리를 취해 온 통신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지금 통신사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다. 신뢰 확보는 통신사들의 진정성 있는 정책에서 시작된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 편중된 혜택을 저가 요금제에도 확대해 전 요금제에서 소비자 혜택을 늘리길 기대한다. 또 몇 차례 지적됐던 카드 할인이나 할부 부담을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했던 것도 자발적으로 수정하길 바란다.
이통사에서 신용카드로 구입할 경우 24개월과 36개월 할부 수수료율이 각각 5.9%(24개월), 7%(36개월)에 달해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 S9을 24개월 할부 구매했을 때 수수료만 약 6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할부 수수료를 뜯어보면 소비자가 할부 대금을 내지 않을 때를 대비한 보증보험료 약 2.9%와 할부 이자 약 3%로 구성돼 있다. 통신사가 가입한 보증보험료를 고객들이 부담하면 혜택은 통신사가 받는 ‘말도 안 되는’ 구조다. 수년 전 시작된 카드제휴 할인은 내가 쓴 카드 포인트를 내 통신비 인하에 쓰는데, 마치 통신사들이 주는 대단한 혜택인 양 포장돼 왔다.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을 2년·3년 약정 노예로 만들면서 여전히 갑으로 군림하는 이상 통신사의 요금제 정책에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느끼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