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의 신뢰 회복 해결책은 진정성

입력 2018-06-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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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수년간 유지해 오던 요금제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통신비 인하’와 ‘소비자 혜택 확대’ 차원에서다.

연초 LG유플러스가 속도 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내놓더니, 지난달 30일에는 KT가 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포함한 파격적인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다. KT의 3만3000원(LTE 베이직) 요금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25% 요금할인 시 2만 원대)와 비교할 때 데이터 양은 1GB로 같고,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이어서 혜택이 더 크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대체할 요금제”라며 내심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산되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요금제 개편 기사 댓글에는 “통신사가 또 물타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걸 왜 이제 하면서 생색내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난으로 가득 찼다. 그동안 폭리를 취해 온 통신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지금 통신사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다. 신뢰 확보는 통신사들의 진정성 있는 정책에서 시작된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 편중된 혜택을 저가 요금제에도 확대해 전 요금제에서 소비자 혜택을 늘리길 기대한다. 또 몇 차례 지적됐던 카드 할인이나 할부 부담을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했던 것도 자발적으로 수정하길 바란다.

이통사에서 신용카드로 구입할 경우 24개월과 36개월 할부 수수료율이 각각 5.9%(24개월), 7%(36개월)에 달해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 S9을 24개월 할부 구매했을 때 수수료만 약 6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할부 수수료를 뜯어보면 소비자가 할부 대금을 내지 않을 때를 대비한 보증보험료 약 2.9%와 할부 이자 약 3%로 구성돼 있다. 통신사가 가입한 보증보험료를 고객들이 부담하면 혜택은 통신사가 받는 ‘말도 안 되는’ 구조다. 수년 전 시작된 카드제휴 할인은 내가 쓴 카드 포인트를 내 통신비 인하에 쓰는데, 마치 통신사들이 주는 대단한 혜택인 양 포장돼 왔다.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을 2년·3년 약정 노예로 만들면서 여전히 갑으로 군림하는 이상 통신사의 요금제 정책에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느끼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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