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프리카]인프라·소비재 시장 ‘제2 베트남’ 개척 기회

입력 2018-05-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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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비 부담·전력 불안정에 기업 현지 진출 어려워 ODA 계기로 한 수출 판로 개척 등 현실적

황금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에도 한·베트남 모델을 활용하자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크다. 한·베트남 협력모델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협력의 모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2016 해외진출 한국기업 디렉토리’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2016년 기준으로 2723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 규모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베트남 경제협력처럼 우리 기업이 아프리카 현지에 진출하면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원가를 절감함과 동시에 새로운 소비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 현지국 입장에선 일자리가 늘어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한국의 기술·설비를 활용해 산업화도 앞당길 수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 현지에 한국 기업이 생기면 그곳엔 한국 청년의 일자리도 생긴다.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1만여 명의 한국인을 현지 인력으로 고용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사례처럼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 현지에 진출하기에는 아직까지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낮아 원활한 인력 수급이 어렵고, 아프리카를 생산기지로 활용하기에는 물류비 부담이 크다. 특히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프리카지역의 기업들은 취약한 전력 공급 여건으로 인해 51.3%가 자체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자가 발전이 전체 전력 소비의 13.4%를 차지한다.

안세진 산업통상자원부 중동아프리카통상과장은 “아프리카의 경우 인건비가 저렴하지만 인프라 부족과 잦은 정전, 정치적 불안정성 등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된 곳도 있지만, 그런 곳들은 이미 산업화가 진전돼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방안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에너지·인프라 및 교육 투자와 소비재 시장 진출이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는 못 미친다. 일본의 경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막대한 ODA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약 90%를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재정이 부족한 국가에 ODA를 통상을 연계해 지원하면 새로운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용이하다. 소비재시장 진출도 장기적으로는 유통 및 제조시설 현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은 5월 제6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코아펙) 장관회의에서 에너지·인프라, 인적자원 개발 등 6대 협력 분야에 2년간 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소비재시장 진출을 위한 수요도 충분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민간소비 기준 아프리카 소비재시장 규모는 2016년 3505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1년에는 5259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 진출과 마찬가지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과도한 물류비용 등은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코트라는 지난해 ‘아프리카 소비재 시장 동향 및 우리 기업 진출 방안’ 리포트에서 “한국 및 기타 선진국과는 상이한 비즈니스 및 제도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현지 전문 에이전트 또는 디스트리뷰터 등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월 3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밍웬(Minh Nguyen)을 방문해 세탁기 및 청소기 사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월 3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밍웬(Minh Nguyen)을 방문해 세탁기 및 청소기 사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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