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지분 1조1204억 원(2298만3552주)어치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 역시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 2060억 원(401만6448주)어치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블록딜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나 거래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블록딜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차원이다. 현행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8.27%, 1.45%로 합산하면 9.27% 수준이다. 아직 10%에 미치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이 오르게 된다.
삼성전자는 보유하던 전체 자사주(보통주 1798만 주, 우선주 323만 주)의 절반은 소각했고 나머지는 연내 소각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45%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블록딜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7.92%, 1.38%로 낮아졌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이 마무리돼도 10%룰 내에서 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당장 금산법상 ‘10%룰’은 지켰지만 최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한 지분 매각과는 본질이 다른 부분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험업감독규정상 ‘3%룰’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계정 총자산의 3%까지만 계열사 주식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서 3%의 기준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당장 26조8609억 원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화재 역시 3조678억 원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번 지분 매각 부분 1조3000억 원어치를 제외하더라도 총 30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삼성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 측은 당장 위법 소지가 있는 금산법 10%룰에 대응한 것 외의 조치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시절 작성한 보고서를 언급하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최대주주 지위에서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30조 원에 육박하는 지분 모두를 처분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 규모(5.37)보다 아래로라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2.55% 수준만 더 매각하면 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추후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에 대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따른 자산 편중이나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에 맞춰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