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생태계에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화학·IT 등 기업들이 바이오제약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고 기존 제약기업은 바이오벤처와 협력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협력관계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바이오생태계에 진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에너지 기업 OCI는 부광약품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어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OCI와 부광약품이 50대50으로 참여한 합작투자사업을 진행하기로 의결한 것.
양사는 오는 7월 중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 개발, 유망 벤처 지분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년 100억원 이상 공동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OCI는 이날 장 마감 후 430억원 규모 부광약품 자사주 151만여 주를 주당 2만 8364원에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OCI는 부광약품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은 세계 네 번째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클레부딘)를 개발하는 등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안트로젠을 비롯해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달에만 해도 부광약품이 지분 5.4%를 보유한 캐나다의 오르카파마(AurKa Pharma)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인수되면서 최대 33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게 됐다.
앞서 이달 일동제약과 이연제약도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을 선언했다. 일동제약은 올릭스와 손잡고 RNA간섭(RNAi) 기술 기반의 황반변성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2021년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며, 투자 및 기술 제휴, 상용화 추진 및 수익 실현 등에 대해서도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일동제약은 자체 개발 중인 망막질환 치료용 루센티스 바이오베터 ‘IDB0062’ 등과 함께 안과 질환 영역에 대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연제약의 경우 지앤피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한다. 생체 내 유전자 전달 및 발현 증가용 특허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공동개발 및 국내∙외 상용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것. 이연제약 관계자는 "이연제약은 바이오 의약산업으로의 사업확장을 위해 연구, 생산분야에서 많은 플랫폼 기술들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이번 계약은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기술 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연제약은 작년 연말 국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기업인 뉴라클사이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투자 및 차세대 치료제 개발 등을 함께 진행키로 한 바 있다. 올 초에는 자회사인 브라만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뉴라클사이언스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IT기업 동양네트웍스도 이달 프랑크프루트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메디진의 주식 165만주를 303억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6.72%) 자리를 확보했다. 메디진은 차세대 항암제인 TCR(T-Cell Receptor)-T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CAR-T 치료제로 유명한 블루버드바이오와 6개 암종에 대해 1조 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인GSK에서 독일 내 의약사업부를 총괄했던 박상진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