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지역의 일자리 문제, 사회적경제가 해결한다

입력 2018-05-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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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흔히 쓰는 표현 중 ‘인 서울(In Seoul)’이라는 말이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 진학을 뜻하던 ‘인 서울’은 학업과 무관하게 단순히 서울에 정착한다는 통상적 단어로 사용된 지 오래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작년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이 무려 17곳이나 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앞으로 30년 안에 전체의 30%가 거주 인구가 한 명도 없는 인구 소멸지역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지역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고 싶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캐나다 퀘벡도 한때 심각한 실업난을 겪었다. 1983년 실업률은 13%에 이르렀지만,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인해 정부에서는 마땅한 방안을 내놓을 수 없었다. 이때 퀘벡주정부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가치와 혁신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퀘벡주가 사회적 경제를 본격적으로 육성하면서 8000여 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15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와 함께 사회적 경제의 3대 메카로 불리면서, 퀘벡주 전체 경제의 8%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사회적 경제가 지역 자립형 경제모델로 완전히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지역의 대표 산업 침체와 핵심 기업의 폐쇄 결정으로 인한 위기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캐나다 퀘벡처럼 사회적 경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 간 연대·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활동인 만큼, 일반 법인에 비해 취업유발계수가 3배 이상이고, 정규직 비중은 높고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사회적 경제를 지역 위기 극복과 경제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적극 활용하여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으로 돌아오는 ‘유턴 현상’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낼 수단으로 지역 공동체 회복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사회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이다.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작되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 기업의 형태로 활동할 수 있다. 폐교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거나 저소득층의 의료복지 서비스를 위해 지역민이 직접 활동하는 것도 대표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다.

그러나 이런 커뮤니티 비즈니스 대부분은 아직 단순 기술이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청소를 위해 사람이 일일이 청소도구로 전지판을 닦거나, 지역주민의 건강 정보를 수기로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어 기술개발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사회적 경제 기업에 기술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커뮤니티 인근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다. 기술력을 보유한 지역 혁신 기관에서 생산·공정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 기술에 ICT를 접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이전해주면 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통해 마을에 안착하고 성장한다면, 외부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이 스스로 내 삶을 바꾸기 위한 전 과정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정부는 성장 마중물을 부어야 할 때다.

곳곳에서 생기가 넘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생활공간,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지역에서 일하는 경제공간, 사람과 자원과 문화교류가 넘쳐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관심과 응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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