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알 못낳는 재건축 아파트

입력 2018-05-18 08:40 수정 2018-05-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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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부담금으로 채산성 악화---조합원 간 갈등도 심해질 듯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이제 재건축 아파트는 황금 알을 낳지 못할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 실체가 드러나면서 재건축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서초구는 최근 서울 반포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예상 부담금이 가구당 1억 3569만 원이라고 조합 측에 통보했다. 앞서 조합은 자체적으로 계산한 결과 가구당 850만 원이라고 구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구청은 불합리한 금액이라며 이를 반려했고 조합은 7157만 원으로 올려 재 신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구청은 직접 추산한 금액을 내놓게 됐다.

문제는 구청 추산 금액이 당초 조합 측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부담금이 의외로 커 사업 채산성에 확 떨어질 판이다.

반포 현대아파트뿐만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모두 멘붕 상태다. 부담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서 그렇다. 지난해 말 국토부는 서울 22개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부담금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가구당 평균 3억 6600만 원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추산액은 4억 3900만 원이고 최고 8억이 넘는 단지도 있다고 밝혔다.

자료가 나왔을 때 재건축 관계자들은 국토부가 뻥을 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계산했기에 그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번 서초구의 현대아파트 부담금 추산액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담금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는 강한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 분양 분을 없애고 가구수를 조합원 수만큼만 짓는 최고급 수준의 1 대 1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개발 이익을 부담금으로 빼앗길 바에야 평수를 늘리고 고급 자재 등을 사용해 개발 비용을 최대한 높이자는 논리다. 일반 분양 분을 없애고 공사비 등을 늘리면 재건축 개발 이익이 줄어들어 부담금이 감소한다.

어찌 됐던 앞으로 재건축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게 분명하다. 시장 위축은 물론 부담금을 줄이는 다양한 아이디어 나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현재의 부담금 부과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자산 가치는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담금을 내고 나면 시세 차익이 줄어들어서다.

특히 오래전에 재건축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놓은 단지는 이익 감소가 많아질 것 같다. 부담금은 준공 때의 공시가격에서 추진위 인가일 시점 공시가격을 뺀 금액에다 각종 비용·정상 가격 상승분 등을 공제하고 남는 것을 이익으로 보고 부과된다. 사업 추진 기간이 길면 그만큼 공시가 차이가 많이 벌어진다. 게다가 실거래가격 대비 공시가 비율은 연차적으로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5년 전 공시가 반영률이 시세의 60% 선이었다면 지금은 80%까지 높아졌다.

반포 현대 아파트만 봐도 그렇다. 서초구가 내놓은 자료를 감안할 때 재건축 추진위 결성 시점인 2015년 전용면적 84㎡ 형의 실거래 가격은 7억 8000만 원인데 반해 공시가는 대략 4억 7000만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공시가 비율이 60% 선이라는 뜻이다. 부담금 부과 자료가 되는 공시가는 실제 금액보다 낮게 잡힌다는 얘기다. 반면 요즘은 공시가 반영률이 높아져 거의 시세 수준대로 반영되고 있어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셈이다. 사업 개시 시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잡히는데 반해 완공 단계에서는 공시가 반영률이 높아지면 개발 이익이 커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추진위 구성 후 시간을 많이 허비하면 그만큼 부담금이 많아진다는 소리다.

추진위 구성 후 집값 변동이 별로 없다가 완공 뒤에 크게 뛰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론처럼 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부담금을 낸다고 재건축 이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반포 현대아파트도 전체 재건축 초과 이익은 3억 4000만 원이고 이중 부담금은 1억 35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부담금을 내더라도 2억 원의 이익이 생긴다는 얘기다. 개발 이익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지 손해가 난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조합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련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경우와 가격이 잔뜩 오른 뒤 매입했을 때의 조합원 개인의 개발이익이 달라진다. 지금 구조라면 장기 보유자일수록 손해다. 그래서 조합 측이 조합원별로 부담금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이해 상충 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지난해 8.2대책으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에서는 조합설립 인가 후에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아파트를 구입해 조합원이 돼도 새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추진위 구성 후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되고 해당 아파트에서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의 주택을 매입해도 불이익은 없다.

앞으로 이런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과 장기 보유자 간에 부담금 배분 문제를 놓고 다툼이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받지 않은 곳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 판도가 복잡해졌다는 소리다.

부담금이 많은 단지는 아무래도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조합원 의견들이 분분해 이를 통합하는 과정이 간단하지 않아서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각종 비용 부담이 늘어나 손해다. 그만큼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재건축 시장은 침체될 수박에 없다. 반면에 기존 주택시장은 오히려 호재다. 재건축이 침체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금 공급 과잉이 넘쳐나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제값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만사가 돌고 도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도 새옹지마(塞翁之馬)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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