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5조2726억 원 규모로 판단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진회계법인이 추정한 에피스의 최근 3년간 기업가치가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기업 현황과는 온도차가 컸다.
16일 이투데이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통합 삼성물산 회계처리를 위한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를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안진은 지난해 에피스가 279억 원의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NPV)를 기록하며 창사 후 처음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에피스는 지난해 10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6년(-990억 원)보다 오히려 적자 폭을 키웠다.
보고서에서 안진회계법인은 에피스의 rNPV가 2015년 약 -500억 원, 2016년 -400억 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여갈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해당 연도에 에피스는 각각 1611억 원, 990억 원 손실을 내 추정치와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안진회계법인은 바이오 업종인 에피스의 특성을 반영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추산하는 일반적인 방식인 현금흐름할인(DCF)법에 약물개발 단계별 성공 확률을 반영한 rNPV를 평가에 사용했다. 2025년까지 향후 10년 가치를 평가한 결과 현재 가치로 약 5조2726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평가에서 주로 사용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실제 숫자와 비교하면 추정치와의 격차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과 2016년 에피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각각 -2521억 원, -1161억 원으로 단순한 영업손실 규모보다 큰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DCF를 통한 추정치가 실제 숫자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10년치를 보는 것인데 초반 3년부터 매우 큰 폭의 차이가 난다면 이후에는 그 격차가 더 크게 부풀려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치의 오류가 잘못된 할인법이나 미래에 대한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일종의 ‘복리효과’로 인해 10년 후 미래가치 추정치는 더욱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DCF를 기업간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 ‘책임 있는 판단’에 따른 첨부자료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개별 주체들이 책임을 지는 의사판단 과정에서 보충자료로 사용될 뿐 감사보고서상 중대한 내용 변경을 불러올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진회계법인이 2015년 8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한 에피스의 가치평가가 오히려 보수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2건의 국내 승인(9월, 12월)이 해당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 승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지는데 안진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는 국내 승인을 받기 전”이라며 “과대 평가가 아닌 미래성장 가치를 충분히 담지 못한 보수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충분히 상의한 후 작성된 보고서로, 이미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이며 내일(17일) 열리는 회계감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