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확대에 신음하는 수출 中企…사실상 “대책 無”

입력 2018-05-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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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자 전자·자동차·기계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가 휑하니 비어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자 전자·자동차·기계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가 휑하니 비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논의, 무역전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이달 4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환변동 보험 지원 확대가 다음달 15일까지 연장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로 환리스크에 따른 중소·중견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18년 4월 중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 폭은 4.0원(변동률 0.38%)을 기록, 러시아 루블(1.02%), 브라질 헤알(0.64%) 다음으로 세번째로 변동률이 높았다.

원·달러 환율 변동률이 확대된 것은 지난달 14일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논의 진행 등으로 인해 외환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3일 이틀 만에 9.3원이나 떨어지며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 29일 이후 최저치인 1054.2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6일 하루에는 전일 대비 9.9원이나 뛰기도 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여파로 달러당 1080.9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으로 1080원대를 터치했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압박과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압박에다 남북화해 무드에 따른 원화 강세로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근 이러한 외부 악재로 환율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제품의 가격이 올라 수출기업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 기업 500여 곳(중소·중견기업이 96% 차지)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사업계획의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90원으로 조사됐다. 사업계획 환율이란 사업 연도 말 다음 해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 수립하는 환율을 말하는데, 최근 환율은 사업계획 환율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이 채산성 악화에 따른 경영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시흥에서 중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그렇잖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절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처럼 제품 절반을 수출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 치명타”라며 “값싼 중국산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브랜드나 유통망 등 비(非)가격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가격 경쟁력마저 잃는다면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익과 연결되는 환율 하락도 문제지만 환율 변동이 심화되는 상황도 수출 중소기업에겐 악몽이다. 거래선을 뚫기 어려운 처지에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오른다고 해서 쉽게 수출 단가나 물량을 조절할 수 없어 환차손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큰 한 중소 금형 제조업체 대표는 “지난해부터 환율 1200원선, 1100원선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며 “환차손이 커져도 기존 수출 물량의 계약 단가를 올릴 수가 없는데다 어렵게 뚫어놓은 거래처라 물량을 줄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선물환·통화선물 거래 활성화 등 환리스크 관리대책을 전혀 마련해 놓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환율 관련 사내 전문가가 부족한 영향이 가장 크다. 무역협회 조사를 보면 사내에 환율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대기업 비율은 30%인 반면 중견기업은 12.5%, 중소기업은 6.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환리스크 위협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협력부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환리스크에 따른 손해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미국으로부터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요구까지 받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구두 개입 등을 통해 급격한 환변동에 따른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재희 중소벤처무역협회장도 “중소기업들도 안정적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환변동보험 등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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