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가 2022~2025년을 목표로 설정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너무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EPA는 기후변화 대응책의 일환으로 자동차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정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까다로운 기준 탓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둔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연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EPA는 지난해까지 기준이 적절하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돌연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버지니아, 아이오와 등은 이날 “EPA가 뒷받침할만한 증거 없이 규제를 폐기하기 위해 임의로 결정을 내렸다”며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제소했다. 주 정부들은 EPA가 1970년 제정된 ‘청정대기법’을 위반해 이번 조치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사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오늘날 깨끗한 자동차 기준은 과학적이며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한 주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약 43%를 차지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청정대기법에 따라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고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할 권리를 가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배출 기준을 폐지해도 캘리포니아주에서 강력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 포춘은 캘리포니아주가 자체적으로 배출 규제를 설정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EPA가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국가 표준이 제정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주마다 다른 기준에 맞춰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오바마 지우기’에 나서며 전임 정부의 환경 규제를 완화해왔다. 이번 제소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립은 심화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민 문제와 건강보험 정책 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30차례 이상 소송을 제기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오늘 소송에 합류한 주들은 깨끗하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원하는 1억4000만 명을 대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