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논란]금감원, 회계위반 결론…물산-제일모직 합병 ‘불똥’

입력 2018-05-02 11:07 수정 2018-05-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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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바이오 자회사 에피스 ‘분식회계’ 결론…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가치평가 근거로 이용돼 논란 확산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면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적정성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 등은 합병무효소송 1심에서 패소 후 2심을 진행 중이다.

2일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게 통보했다. 금감원은 지난 1년간 특별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결론 냈다.

2014년 감사보고서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로 기입됐던 에피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돌연 ‘관계기업 투자 주식’으로 바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91.2%는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이 되면서 공정가치로 계산돼 4조8086억 원어치가 됐다. 에피스가 자회사일 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에피스의 순자산가치를 토대로 약 2650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상 얻은 투자이익은 4조5436억 원에 달한다. 이에 2014년 839억 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2015년에는 1조9049억 원 이익을 내며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에피스에 대한 변경이 없었다면 2000억 원 이상 순손실을 보며 5년 연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이 단순히 상장을 위한 조치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계획을 공시한 후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다.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5.65%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산정되면서 제일모직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올려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 상장사 일성신약은 합병으로 인해 지분율이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에 합병무효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나 지난해 10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 사유들을 전부 배척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단순 과실을 넘어선 중징계 수준으로 확정되면 2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에피스 회계 변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이뤄진 사안으로 무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된 직접 요인은 아니지만 기업이 회계 일관성의 원칙을 어기고 임의로 가치를 부풀렸다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당시 회계처리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2심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과 회계를 변경한 2015년 사이 얼마나 질적 변화가 있었을지가 중요해 보인다”며 “금감원은 이에 대해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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