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다는 각오다. 지난해 독립 사업부로 출범한 파운드리사업부는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도 나섰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부터 기흥과 화성에서 근무할 파운드리사업부 경력직을 모집하고 있다. 모바일,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 다양한 시장 공략을 위해 파운드리 영업·마케팅과 시스템 설계, 공정개발, 품질, 설비엔지니어링, 통계·빅데이터 등 전 분야에 걸쳐 대규모 인력을 뽑는다. 모집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1분기에 11조5500억 원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려 74%에 달한다. 그만큼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면 삼성전자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메모리 사업과 달리 비(非) 메모리에선 아직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최근 성장세가 높은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4위다. 반도체 사업이 굳건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실적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이미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0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며 2위에 오르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 7나노 공정 제품 시험 양산하는 등 제품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에는 5·6나노, 2020년에는 4나노 미세공정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측은 “가상화폐 채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삼성전자에) 가상화폐 관련 파운드리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100만 달러 매출을 올리고, 파운드리 2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나노 공정은 가상화폐 채굴에 가장 잘 맞는 설계 공정을 적용하고 있고, 전력 효율성과 성능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며 “8나노, 7나노 공정 등에서도 가상화폐와 관련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상화폐 채굴기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맡겼던 엔비디아 등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업체들의 주문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