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3자 전화 회담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와 이란핵협정 파기 시도에 공동대응할 의지를 다졌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세 정상은 미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어떠한 무역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U는 다자간 무역질서의 틀 안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임박했지만, 공동 유럽 전선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세 정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수정안을 수용했지만, 협정 유지에는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다. 영국 총리 대변인실은 “세 정상이 이란 핵협정은 핵 무장 위협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했다”며 “국제사회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우리는 이란의 테러 행위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협정 수정을 위해 유럽 동맹국과 협력하겠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협정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한 뒤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세 정상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일몰조항 폐지, 중동 지역에서의 이란의 역할 등 추가적인 내용을 담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며 트럼프 행정부의 수정안을 일부 수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 정상과의 전화 회담 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이란 핵협정에 관해 한 시간 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은 “핵 합의를 구실로 한 다른 어떤 문제도 협상할 수 없다”며 타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EU가 이란을 제재하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 EU의 내분도 우려된다. 이탈리아의 한 고위 관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EU가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내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탈리아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