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5% 상승한 배럴당 68.05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0.2% 오른 배럴당 74.00달러를 나타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원유시장이 현재 OPEC의 산유량 감산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 위협, 시리아와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 각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공급 제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OPEC은 지난 2016년 말 원유시장의 과잉공급 혼란을 해소하고자 산유량 감산에 들어갔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했던 2014년의 결정이 유가 폭락이라는 재앙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2년 전 결정으로 OPEC은 원하는 효과를 거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이달 중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떨어져 원유 재고가 고갈 상태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심지어 1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또 경제개혁인 ‘비전2030’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여전히 막대한 오일머니가 필요하다. OPEC이 조만간 산유량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시리아와 예멘 등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는 것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는 정치와 경제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일일 산유량이 2016년 말 대비 50만 배럴 이상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까지 이란과의 기존 핵협정을 폐지하고 다시 제재를 재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이란이 다시 제재를 받게 되면 유가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란은 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오히려 수요 측면에서 유가 상승 압박 요인이 강해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는 정말로 두드러지고 있다”며 “수요가 약화하는 것을 보려면 유가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유국들이 오일머니를 많이 벌어들일수록 이를 해외에 재투자해 글로벌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며 “이는 다시 원유 수요를 끌어 올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현재의 약 74달러 수준에서 올 여름 82.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 전쟁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9%를 유지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견실해 가격 상승에도 휘발유 수요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소비자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유가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를 촉발한다. 그만큼 차입 비용이 늘어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