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주요 기업 구조조정을 살펴보면 성동조선해양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STX조선해양은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호남 기업인 금호타이어 역시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국책은행이 조건 없이 혈세를 투입한 기업은 아직까지는 단 한 곳도 없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언젠가는 살아나겠지’라는 가정을 전제로 세금을 투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10년간 이전 정권을 비판해온 ‘혈세 붓기식’ 기업 구조조정을 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지엠 구조조정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제 막 노사 합의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대주주인 GM의 차등 감자 뒤 출자전환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GM이 장기 경영 유지를 확약하지 않으면 산은 역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GM의 제시안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 생존 방안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지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산은은 한국지엠 지원 전제 조건 중 하나로 10년간 국내에서 사업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GM이 이러한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면 5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한국지엠의 지원을 둘러싸고 여당 내 이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GM은 결국 한국시장에 대한 단계적 비중 축소 내지는 철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 단기 지원하는 것이 정말 이동걸 산은 회장이 얘기한 가성비가 맞는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주요 관계자들의 주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노조 주장을 보장하는 것보다 앞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택했다.
대주주에 대한 원칙 역시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노조에 대한 일방 희생이 아닌, GM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이번 한국지엠 구조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례다. 최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는 모두 대주주가 국책은행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 대주주에 대한 구조조정을 어떤 식으로 실현할지 한국지엠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
물론 문재인 정부식 구조조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근로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며 “실업급여나 재취업 프로그램 같은 사회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정책을 실현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