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의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배치되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련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구결과가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낸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사후적 입법평가’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향 시장과 기업형슈퍼마켓(SSM) 영향 시장의 점포별·일별 매출액과 방문고객 1인당 지출액이 규제 이전인 2011년에 비해 2014년과 2015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향권에 있는 시장의 경우 전통시장은 2014년 8만1000원, 2015년 7만2000원 하루 매출이 늘었고 SSM 영향권 시장의 경우 2014년 4만7000원, 2015년 3만1000원 증가했다.
앞서 2010년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과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으로 대형마트와 SSM은 전통시장 1㎞ 내 출점제한, 오전 0~8시 또는 10시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등의 규제가 적용됐다. 이를 따른 결과 대형마트 영향 시장과 SSM 영향 시장의 월평균 매출은 무영향 시장과 비교하면 전보다 각각 5.1%, 7.1%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의무휴업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대하는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우려’로 모아진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결과에 앞서 나온 여러 연구나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규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영업시간 규제로 전통시장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몰로 발길을 돌려 대형마트 매출이 21% 줄었고 중소상인도 매출이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는 설사 법제연구원이 낸 결과가 타당하더라도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규제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업계의 이러한 주장은 향후 뒤따를지 모를 규제 확대, 신설 우려 등과 맞물려 있다.
진정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은 규제 외에는 없는 걸까.
한 유통 대기업이 펼치는 상생 정책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마트는 최근 서울 경동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었다. 특이한 점은 경동시장 상인들과 지자체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젊은 고객들이 더는 경동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했다. 아울러 앞서 비슷한 고민으로 상생스토어 입점을 추진했던 당진이나 구미의 전통시장이 입점 이후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느는 등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규제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유통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이해 관계 조율을 통한 ‘상생’에서 해결된 셈이다. 정부 역시 전통시장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하드웨어 개념의 인프라 개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진정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콘텐츠 개념의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