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 과정에서 ‘주주이익 추가조치’를 요구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최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현대차와 엘리엇 간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9~12일 진행된 유럽·아시아지역 해외 기업설명회(IR)에서 엘리엇과 만났다. 해외 IR 행사에서는 투자자들의 면담 요청이 있는 경우 회사 경영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 미화 10억 달러(1조5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엘리엇 측은 현대차에 배당 확대 등 주주이익 제고 조치를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고 현대차그룹은 배당 확대는 그룹 차원의 방침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다음달 29일 열릴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이 종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모비스를 둘로 쪼개 모듈·AS사업부는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이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놨다. 모비스 분할은 현대차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핵심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 중인 글로비스 지분 약 30%를 매각해 모비스 매입 자금을 대는 구조다. 하지만 일부 소액주주는 인적분할이 오너 일가를 위한 방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 확대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특성상 엘리엇이 세부적인 요구 조건을 한 번 더 공개적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만남이 예상과 달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정면 충돌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후속 조치를 지켜본 뒤 계열사가 보유한 비핵심 자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명분과 시기를 엿볼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인 IR 활동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 설득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8∼19일에는 국내와 아시아·유럽, 미주 등지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련 2차 IR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