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조원만 써라”···타워크레인 노조 갑질에 골병 드는 건설현장

입력 2018-04-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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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이 줄면서 일감이 줄어든 타워크레인 노조들이 연일 건설사 본사나 건설 현장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런 현장들의 경우 하루 수천만원의 손해가 불가피 하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여러 노조가 서로의 일감을 두고 다투는 셈이라 노노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노조가 시위를 벌여 비노조 운전사의 일감을 빼앗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갑질’의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는 A건설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운전사를 배정할 때 건설산업노조도 끼워 넣어달라는 요구를 들고 A건설 본사 앞으로 몰려왔다.

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이하 건설산업노조)는 올해 1월 28일 수도권지부 발대식을 열며 탄생한 300여 명 규모의 신생노조다. 기존 타워크레인 노조로는 2400여 명 규모로 가장 큰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와 600여 명 규모인 한국노총 연합노련 타워크레인 조종사노조가 있다. 현재 활동 중인 타워크레인 운전사는 4300여 명 수준이다.

건설산업노조가 설립된 배경에는 민주노총이 세력과 자금력에 기반한 위력을 과시하며 비노조 운전사들의 일감을 가로챈 관행이 있다.

현재 건설산업노조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K씨는 노조에 속해있지 않을 당시 민주노총에 일감을 빼앗긴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가산동 빌딩 건설 현장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던 임대업체가 업무 투입 한 달 전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민주노총이 건설현장 안전 문제를 걸고 고소고발하며 조합원을 더 배정하라고 주장하는 통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일감만 가져올 뿐 조합원 늘리기에는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건설산업노조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타워크레인 조종사노조가 조합원을 새로 받으려 하지 않은 점도 노조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다”며 “조합 안에서도 일감을 나눠야 하므로 들어오는 문을 걸어 잠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일감은 한정된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운전사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143명이던 타워크레인 운전기능사 최종 합격자는 2015년 314명으로 늘더니 2016년 690명, 지난해에는 1357명까지 급증했다. 기존 매년 2회씩이던 시험이 올해부터 3회로 늘어나 합격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원도급사인 건설사들이나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이들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공사현장 출입을 막고 시위를 해 공사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B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기 (타워크레인)노조원을 써달라고 하지만 이미 협력업체와 계약이 돼 있는 상황에서 임의로 쓰기 힘들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공사현장 진출입로를 막아 놓고 시위를 해 하루에만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들 노조의 무단 점거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24시간 이내 점거 후 빠져나가는 식으로 치고 빠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찰도 구두경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노조에서 추가 인건비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결국 협력업체에서 돈을 받은 후에야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아마 공사 현장마다 이런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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