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하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으나 이처럼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사례로 떠올랐다. 아울러 인력난이 심화하고 인플레이션 징후가 보이는 등 미국 경제가 미래에 직면할 문제점도 엘크하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미국에서 엘크하트만큼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회복한 곳은 없다. 인디애나 볼주립대학의 마이클 힉스 경제학 교수는 “이곳은 1955년과 같은 분위기”라며 “단지 글을 읽고 쓸 수만 있다면 여기에서는 바로 직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크하트의 경제 상황은 특이하다. 운이 좋게도 이 지역 중심 산업인 RV 제조업은 자동화나 해외 경쟁자 등의 위협을 거의 받지 않아 경기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에 따른 인재 쟁탈전이나 인플레이션 불안 등 미래 미국을 덮칠 경제적 문제점도 암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엘크하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20%로, 미국에서 실업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실업률은 2%를 약간 넘어 미국 평균의 절반 수준을 보였다. 인구 5만의 소도시인 이곳은 현재 기업들이 필요하지만 채우지 못한 인력이 9500명에 달할 정도로 일자리가 남아돌아 실질적인 실업률은 제로(0)%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인력난이 심화하는 만큼 임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전체 주급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0.6% 떨어졌지만 엘크하트는 6.3% 올랐다. 엘크하크 노동자의 12%를 고용하는 RV 업계는 지난 2016년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17% 인상한 6만8000달러(약 7250만 원)에 달했으며 이후에도 임금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충실한 복리후생은 엘크하트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보다는 실리콘밸리에 가깝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RV 부품업체 LCI인더스트리즈는 4명의 ‘드림 매니저’를 둬서 직원들의 휴가 계획이나 가족 문제 등을 상담하게 하고 있다. 선반을 제조하는 다른 업체는 신입사원 유치를 위해 무료 진료소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에 이 지역 인플레이션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지 주택가격 중간값은 지난 2년간 연평균 약 6.5% 상승했다. 엘크하트 카운티 부동산 중개업자 단체 대표인 게리 데커는 “과거 경기회복기에 비해 집값이 2배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기호황의 뒷면에는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엔리코 모레티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엘크하트 지역은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는 쿠웨이트’”라고 비유하면서 “RV 업계가 이 지역에서 임금과 근무조건 등에서 높은 기준을 설정해 다른 업종이 들어갈 틈이 없다.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불황에 휩쓸리면 받게 되는 타격도 크다. 2009년 RV 판매가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던 것이 그 예다. 현재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취업할 수 있어 대학 진학자가 감소하는 것도 미래 경기침체가 올 때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엘크하트는 대학 학위 보유자가 전체 주민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미국 380개 도시권 중에서 335위에 그치고 있다.
또 금융위기 충격 기억으로 RV 업체들이 공장 자동화 등 기술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 것도 미래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