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GM)이 당장 생산직 근로자의 4월 급여를 100% 지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매달 3000억 원에 달하는 협력사 물품대금마저 지급 못하면 부평 1공장 생산분마저 중국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한국지엠과 이 회사 노조 등에 따르면 당장 4월에만 회사 운영의 최소기준인 부품대금과 인건비만 4000억 원이 필요한 상태다. 6일로 예정했던 성과급은 지급 못했고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의 급여일도 닥치고 있다.
◇부품대금과 급여 등 필수비용만 4000억 원 = 한국지엠은 매달 부품대금으로 약 3000억 원을 협력사에 지급해 왔다. 여기에 생산직과 사무직의 급여 1000억 원이 필요하다. 생산직과 사무직의 급여일은 각각 10일과 25일. 당장 이틀 뒤 지급해야할 생산직 근로자의 4월 급여부터 정상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회사측은 지난해 임단협에 따른 성과금(900만 원)의 약 절반인 450만 원을 이달 6일에 지급키로 했으나 카허 카젬 사장이 "성과금 지급 불가"를 밝혔다. 희망퇴직자(약 2500명)를 포함한 1만6000여 명이 지급 대상이다. 이들을 상대로 450만 원씩 지급하기 위해선 73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조는 이달 5일 "사측의 성과급 지급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이틀 동안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달 말까지 2500여 명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5000억 원도 마련해야한다. 결국 부품대금(약 3000억 원)과 생산직ㆍ사무직의 급여(1000억 원), 임단협 성과급(730억 원), 희망퇴직 위로금 등 약 1조 원이 필요한 상태다.
부품 대금을 못주고 직원들 급여까지 차질을 빚으면 사실상 정상 가동 중인 부평 공장마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형 '쉐보레 트랙스'를 생산하며 100% 가동율을 기록했던 부평 1공장 생산 물량이 중국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최근 구매팀 등 본사 부서들을 돌며 일반직 사원들과 회사 현황을 주제로 대화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이(e)메일을 보내 성과급 지급이 불가능한 유동성 문제를 알린 것처럼, 간담회에서도 카젬 사장은 주로 심각한 자금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젬 사장은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 만기 닥친 누적 차입금 포함하면 2.7조 원 필요 = 당장 이날까지 만기가 도래한 신규 차입금만 988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말 만기가 돌아온 차임금 약 7000억 원은 각각 2월과 3월에 만기가 연장된 상태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다.
당장에 회사 운영에 필요한 부품대금 3000억 원과 급여성 인건비 및 희망퇴직 위로금(7000억 원) 등을 포함하면 1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누적차입금 1조7000억 원을 더하면 4월에만 2조700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월 말 이사회에서 '실사 기간 중 채권 회수 보류' 를 의결한 만큼 만기가 연장되고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GM측이 즉시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달 26일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 사장도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3월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 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4월 20일 정도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