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무단 도용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수를 종전의 5000만 명에서 8700만 명으로 수정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자체 조사 결과에서 최대 8700만 명이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8700만 명 중 7600만 명은 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영국 등 다른 국가 계정에서 노출됐다. 페이스북은 다음 주부터 정보가 유출된 사용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를 할 방침이다.
CA는 케임브리지대의 알렉산더 코건 심리학 교수로부터 페이스북 개인 정보를 전달받았다. 코건 교수는 성격 검사 앱을 통해 27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이들과 연결된 지인 데이터까지 긁어 그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CA는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 이 정보를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년이 지난 통화 기록과 문자 정보를 삭제하는 등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은 제 3자 앱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할 방침이다. 사용자의 종교, 정치적 견해, 교육 수준, 직업, 도서·음악·영화 등의 취향 등도 수집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며 페이스북 그룹이나 페이지에 앱이 접속할 때에도 페이스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슈뢰퍼는 “엄격한 요구 사항에 동의하는 앱만 사용자의 이벤트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다”며 “앞으로 앱은 그룹의 회원 목록에도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게시글이나 댓글에 첨부된 이름, 프로필 사진 같은 개인 정보도 접근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눈은 오는 11일 저커버그 CEO의 의회 증언에 쏠려있다.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이날 저커버그가 오는 11일 의회에 출석해 정보 유출 스캔들과 관련한 증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의 미 의회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의 그레그 월든, 프랭크 펄론 하원 의원은 성명에서 “이 청문회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국민들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팀 쿡 애플 CEO는 2013년 5월 미국 상원에서 역외 탈세 의혹을 받아 청문회에 참석했다. 당시 쿡 CEO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여러 조언을 구했다. 청문회에 등장한 쿡 CEO는 우려와 달리 차분하고 당당한 자세로 대처했다. 당시 쿡은 미국 세법에 부당한 면이 있다고 꼬집었고, 의원 다수의 공감을 얻어냈다. 저커버그가 쿡을 본받아 반전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페이스북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증폭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