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의 강세가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상승을 이끌었으며,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33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조74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17%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14조5926억 원으로 40%가 넘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매출액은 1823조1126억 원으로 9.96%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 861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조7727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하면서 전년 대비 11.86% 상승했다. 매출액(170조1448억 원)과 순이익(4조8992억 원)의 증가율은 각각 9.74%, 3.44%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와 수출 기업들의 공급 물량 확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64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83.46%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3조7213억 원으로 318.7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전체 코스피시장에서 매출액 1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10.94%, 22.61%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94% 증가한 사상 최대치(104조970억 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돼 그간 거론되던 업종 쏠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종별 영업이익 순위를 살펴보면, 제조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전기·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51조4244억 원으로 전년보다 211.65% 급증했다. 기계업종의 영업이익은 1조8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85.38%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IT업종의 매출액(14.62%)과 영업이익(63.01%)이 모두 늘어났다.
반면, 종이목재(-63.57%), 전기가스(-55.38%)처럼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한 업종도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한 운수장비와 비금속광물은 매출액마저 4.56%, 3.07% 각각 감소해 우려를 자아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이익 레벨이 한 단계 상승했다고 호평하면서도, 올해 지난해만큼의 실적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익 개선의 실질적 요인인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은 “지난해와 같은 실적 증가세를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수출 증가 등 영업 환경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같은 우려도 상존하지만, 기업 이익 측면에서 볼 때 주식시장이 후퇴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관점에서 우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싸다’는 점도 호재로 꼽혔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혔던 대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과 한반도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 규제 이슈 해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시장 침체에도 우리 증시가 버티는 이유는 밸류에이션이 싸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 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익 레벨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는 대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했지만, 관계 개선 국면인 데다가 중국 소비가 좋아진다는 점을 볼 때 섹터별 투자를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