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효성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3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또 효성 법인과 조현준 회장, 조 회장과 4촌 관계인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임석주 효성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 회장이 68.27%의 지분을 보유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디스플레이 등을 제조ㆍ판매하는 비상장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이후 자금난을 겪었고 2014년에는 부채 비율이 1829%에 이르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효성은 회사 차원에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20억 원과 130억 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CB는 하나대투증권 사모펀드인 ‘하나에이치에스2호 유한회사’가 전량 인수했다.
당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CB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효성의 자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이 발행 금액보다 큰 담보를 제공하고 가격 변동 등 리스크를 모두 짊어지면서 발행이 진행됐다. 효성투자개발이 250억원어치 CB를 인수한 하나에이치에스2호와 총수익스왑계약(TRS)을 체결하면서 296억 원 상당의 토지ㆍ건물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룹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동원해 오로지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TRS를 체결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행위로 총수 2세가 부당한 이익을 얻았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 질서도 훼손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날 공정위의 효성 고발 조치와 관련해 "이번 결정이 시장에 만연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참여연대는 직접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신용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한 우회적인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법ㆍ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금지의 경우 시행령 제38조에서 제한하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상장 법인 30%, 비상장 법인 20%) 이하의 회사들에는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가 허용 가능한 것처럼 작동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참여연대는 상장 법인의 경우 비상장 법인에 비해 총수일가 지분이나 내부거래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장 법인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 제한이 낮은 상황이어서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은 공정위의 제재 조치에 대해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투자였으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효성 측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LED 선도기업이고, TRS는 적법한 금융투자상품이고, 수익 목적으로 정상 투자한 것"이라며 "대주주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로부터 배당금 등 직접 이익을 취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환사채는 원래 부채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이로 인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효성은 "조현준 회장은 당시 그룹 전략본부장으로서 그룹의 주력 사업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고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나 효성투자개발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그들의 책임하에 운영토록 했다"며 "경영진이 지시,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