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金正恩)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갑자기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의 습근평 주석과 회담한 사실을 우리의 TV방송들이 북한 TV의 방영 내용을 활용하여 보도하였다. 필자는 우리 TV에 나오는 북한 TV의 보도를 보면서 북한에서는 중국의 인명을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 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중국 주석의 이름을 ‘시진핑(XiJinping)’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의 한자 발음을 따라 ‘습근평(習近平)’이라고 불렀고, 부인 彭麗媛 여사도 ‘펑리웬(PengLiyuan)’이라고 부르지 않고 분명한 우리 발음인 ‘팽려원’으로 읽었다. 다른 부분이야 필자가 평할 바 아니고, 이 점에 있어서만은 북한이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본래는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모두 마오쩌둥, 덩샤오핑, 베이징, 난징 등으로 읽지 않고 모택동, 등소평, 북경, 남경 등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종 사대주의에 빠져 중국어 원음으로 읽는 수고를 자초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모든 나라는 외국의 지명과 인명을 읽을 때 자기네가 사용하는 언어의 발음에 맞춰 자기네 편한 방식으로 읽는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는 라틴어 발음이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영어 발음을 따라 ‘줄리어스 시저’라고 읽는다. 자기네에게 편한 영어 발음으로 읽는 것이다. 시몬과 사이먼, 베드로와 바울 등 모든 인명을 다 자기네 나라 사정에 맞춰 편한 자기네 발음으로 읽는데 우리만 유독 우리의 한자음이 뚜렷이 있음에도 불편을 겪어가며 중국식 발음을 고집하고 있다. 이른바 ‘원음(原音)주의 표기 원칙’이라는 잘못된 규정 때문이다.
이 망국적 원음주의의 폐단에 대해서는 필자가 일찍이 ‘북경인가 베이징인가’라는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답답한 심정에 결례를 무릅쓰고 감히 일독을 간곡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