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첫돌]뒷걸음질 치는 '금리 경쟁력'…은산분리 규제에 성장 발목

입력 2018-04-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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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1년만에 시중은행 역전…고신용자 위주 대출영업 한계 드러내

#카드사에서 연 19%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회사원 조모(33) 씨는 최근 케이뱅크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갚았다. 조 씨는 “연 6.8%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아 카드대출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50대 이모(57) 씨는 카카오뱅크 출범 직후 예금계좌를 만들었지만,대출은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몇 분 안에 계좌도 만들고, 이체 수수료도 없다는 점은 혁신적이지만, 마이너스통장 등 금리를 보면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메기효과 있지만… 금리 싸지 않고 중·저신용자 외면 = 3일 국내에 인터넷은행이 설립된 지 1년을 맞는다. 인터넷은행은 편리함과 값싼 금융비용(이자·수수료) 등으로 은행권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나 해외송금 수수료 등을 끌어내렸고 모바일 플랫폼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꾸도록 자극했다.

하지만 한계점도 명확하다. △대출금리 상승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영업 △상품 종류 확대 미흡 △은산분리 규제 등은 향후 개선·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낮은 대출금리는 가장 눈에 띄는 경쟁력이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마이너스통장 금리 최저 연 2.86%를 자랑했다.

하지만 1년 사이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시중은행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마이너스 통장대출 금리를 보면 4대 시중은행 중 3곳이 카카오뱅크·케이뱅크보다 오히려 금리가 저렴했다. 카카오뱅크(4.07%)와 케이뱅크(3.97%) 마이너스 통장대출 금리는 우리은행(3.92%), 신한은행(3.62%), KEB하나은행(3.55%)보다 금리가 높았다.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영업도 당초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를 제외한 중신용자와 저신용자에 부과하는 금리에 별 차이점이 없었다. 지상욱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에겐 3%대(3.91%) 금리를 부과한 반면, 중신용자(7.06%)와 저신용자(7.51%)는 차등 없이 7%대 금리를 매겼다. 이는 케이뱅크가 고신용(4.2%), 중신용(5.97%), 저신용자(7.32%)에게 차등적으로 금리를 부과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나 주주사(예스24 등)의 고객정보 데이터가 쌓여야 중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데,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데다, 중신용자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상품 리스트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케이뱅크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대출은 흥행하고 있지만,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 출시는 요원한 상황이다.◇은산분리 족쇄에 성장 차질… “운동장 못 들어가게 막는 격” = 인터넷은행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중신용 대출 등을 확대하기 위해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10% 보유 제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당은 카카오와 KT라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은행이 사금고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도 의원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당분간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족쇄에 묶일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산분리 문제는 여당 의원들이 (사금고화 우려 등) 과도한 인식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우선 운동장에서 뛰도록 해주고 반칙하면 제재하면 될 일이지 아예 은산분리 규제로 운동장에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은 인터넷은행의 장기적인 성장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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