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 이민자는 약 2억5800만 명으로, 2000년 대비 50%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사는 이민자가 500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지난 2015년에 유럽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이민자의 약 30%에 이르는 8000만 명이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에 산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엔은 출생국가와 다른 나라나 지역에 사는 사람을 ‘이민자’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주 노동자와 난민, 유학생 등이 포함된다. 관광객과 수개월 기간의 단기 체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민자 수로 보면 여전히 미국이 가장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지만 속도 면에서는 그 기세가 꺾였다. 199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외국인은 1160만 명으로, 세계 전체 신규 이민자의 약 60%가 미국으로 향했다. 2000년대는 940만 명, 2010년대는 560만 명으로 줄었다.
아시아는 1990년대 신규 이민자 수가 10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는 1670만 명, 2010년대는 1370만 명을 각각 기록했다.
이제 세계 전체 신규 이민자의 36%가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과거 ‘희망의 땅’이었던 서구권에서 이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는 경제 고성장으로 이민자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2000년 이후 아시아 신규 이민자 현황을 살펴보면 태국이 23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태국은 오는 2020년 전후에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에 해외에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민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도 경향이 바뀌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7년 말 현재 256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50만 명 증가했다. 서비스와 건설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의 외국인 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보내는 것도 아시아가 눈에 띄고 있다. 인도는 166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인도 이민자의 약 20%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살고 있다. 오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건설 열기 등에 관련 노동자들의 이민이 급증했다.
1000만 명의 중국과 방글라데시 시리아 파키스탄 필리핀도 대량의 이민자가 발생했다. 중국인의 이민 목적지는 미국이 24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230만 명), 일본(74만 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 3명 중 1명은 영주권자다.
‘아시아에서 아시아로’ 이민이 최근 가장 큰 특징이다. 2000년에는 세계 전체 이민자의 약 5분의 1이 아시아 역내 이민이었지만 지난해는 4명 중 1명으로 커졌다. 아시아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이주하는 비율은 2000년의 24%에서 지난해 19%로 떨어졌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유럽에 이민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 가파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역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 데이터도 아시아의 활력을 입증하고 있다. 2000년 아시아 이민자 나이 평균은 37세였으나, 지난해는 35세로 떨어졌다. 반면 북미는 이민자 연령이 38세에서 45세로 뛰었다. 아시아 등에서 고소득자들이 안정적 노후 생활을 위해 미국에 이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의 안정적 성장이 계속되면 2050년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아시아가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역내 이민이 활성화돼 경제성장이 지속하고 미국과 유럽은 이민 둔화로 인구가 감소하면 ‘아시아의 세기’가 ADB 전망보다 이른 시기에 도래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