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정책과 기업 설비투자-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동성비율을 통한 투자효과는 시총 상위 50% 기업에선 나타나지 않았다. 하위 50% 기업에선 유동성비율이 1%포인트 변화할 때 한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유의미한 수준에서 0.5%포인트 전후로 움직였다.
또 콜금리 변경과 유동성비율을 함께 고려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하위 25% 규모 기업들에서만 한 기업의 투자증가율이 유의미하게 0.137%포인트 움직였다. 즉 금리인하시 효과가 인상시 효과보다 적다는 의미다.
또, 토빈q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한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유의미한 수준에서 0.117%포인트 늘었다. 다만 이 경우도 금리인하가 주가 상승을 통한 토빈q 증가를 유의미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실제 2015년 페닝(Pennings) 연구에서 한국을 포함한 소규모 개방경제 8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책금리 1%포인트 인상이 주식 가격을 0.5%에서 1.0%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인용하고, 토빈q와 주가간 상호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이 토빈q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을 뿐이다.
토빈q란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제안한 것으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 보유 총실물 자본의 대체원가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는 주가를 장부가격으로 나눈 값을 토빈q로 봤다. 통상 이 비율이 상승할 경우 기업에서 효율적 투자가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한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부터 소위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책에 편승해 다섯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연임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2014년 이후 한번의 기준금리 인하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친 누적효과는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3.1%를 기록하며 3년만에 3%대 성장을 달성했다. 이중 설비투자 기여율은 1.2%포인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직 금통위원들도 지난해 3%대 성장세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 호황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3%대 성장세의 견인차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육승환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유동성비율을 통해 본 대차대조표경로를 통한 설비투자의 경우 시총 하위 50% 기업에나 파급효과가 있었다. 통화정책과 토빈q도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은 기업들이 투자할 때 통화정책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연간 재무제표를 이용해 동태적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했다. 토빈q와 유동성비율 외에도 설비투자 결정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을 추정식에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