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 인수·합병(M&A) 열기가 뜨겁다. 전 세계 제약업체들이 유망한 신약 후보 획득을 목적으로 한 대형 재편에 나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다케다제약은 영국 런던증시 상장사인 아일랜드 샤이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샤이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애더럴과 혈우병 관련 약품, 분해 효소 기능 부전으로 체내 이상이 오는 유전성 난치병인 라이소좀병 치료제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다케다는 “샤이어와 손을 잡으면 자사 중점 영역인 암과 소화 장애, 신경정신 질환 등의 분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샤이어 사업 기반인 미국시장 개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가 성사되면 기업가치가 900억 달러(약 96조 원)에 달하는 새 제약업체 거인이 탄생하게 된다고 WSJ는 덧붙였다.
다케다는 1781년에 설립됐으며 매출과 시가총액 기준 일본 최대 제약업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케다가 지금까지 5000억 엔 이상의 대형 인수를 세 번 단행했으며 그 중에는 지난해 미국 아리아드제약을 약 6000억 엔이 인수한 것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샤이어는 이를 넘어 다케다 최대 M&A가 되는 것은 물론 2016년 소프트뱅크의 영국 모바일 칩 설계업체 ARM홀딩스 인수를 웃도는 일본 기업 최대 해외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수 논의 소식에 샤이어 주가는 이날 14% 폭등해 시총이 약 45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날 도쿄증시에서의 다케다 시총 42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일본시장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며 다케다가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쿠텐증권의 구보타 마사유키 수석 투자전략가는 “다케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오직 죽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엔화 강세는 해외 M&A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들에 순풍이 될 전망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현재 2016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케다는 영국 M&A 관련 법률에 따라 다음 달 25일까지 샤이어 인수에 대해 정식으로 인수 제안을 해야 한다.
다케다의 샤이어 인수 검토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노바티스와의 일반 의약품 부문 합작사 지분 36.5%를 130억 달러에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만든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표출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글로벌 헬스케어 부문 M&A 규모는 1490억 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50%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