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새 관세폭탄을 준비하는 한편 대중국 통상압박을 위한 연합전선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국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와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등을 이유로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2900억 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발효되는 23일에 맞춰 중국에 대한 새 관세 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며 이는 중국에 대한 최대 규모 무역 제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참하라고 동맹국에 압박을 넣는 무기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 관계자들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을 벌이는 국가들에 대해 5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억제할 것, 중국의 무역 왜곡 정책을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철강 포럼에서 미국에 더욱 협조할 것,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데 공조할 것,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 등이다. 한 마디로 철강 관세를 면제받으려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위협하는 셈이다.
중국은 강경 입장을 견지하는 트럼프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이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제조업 부문을 포함해 경제를 더 개방하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중국은 외국 기업들에 대해 기술 인전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 총리는 “중미 무역전쟁에 모두가 상처를 받을 것이며 승자는 없다”며 “양측이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을 갖고 대응해 무역전쟁을 피하기를 희망한다”며 트럼프 정부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환자 수요가 많은 항암제에 대해서는 관세를 아예 폐지할 계획이며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낮추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중국은 현재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리 총리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라는 중국의 지위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외환보유액 운용에 대해 시장 규율에 따라 투자 대상의 다양화를 추진해왔다”며 “중국은 책임 있는 장기 투자자”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전쟁을 감행하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축소하는 등 견제할 수단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외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반발과 우려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수입품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이 로비에 나섰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 25개 소매 대기업은 전날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하려는 관세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는 미국 가정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미국 CNBC방송은 트럼프의 철강 관세가 중국에 피해를 거의 주지 않는 대신 중요한 동맹인 EU와의 무역전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28개 회원국은 지난해 미국에 530만 t의 철강을 수출했다. 이는 캐나다에 이은 2위 규모다. 반면 중국은 미국 철강 수출이 10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