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아이폰에 울고 웃는 대만 IT 업계…2월 매출, 15개월 만에 감소세

입력 2018-03-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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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조립 담당 홍하이 매출 4% 감소·광학렌즈 업체 라간정밀은 35% 급감…디스플레이 부문은 중국세에 쫓겨

▲대만 19개 주요 IT업체 매출 증가율 추이. 
※전년 대비 기준 
2월 마이너스(-) 7.8%.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대만 19개 주요 IT업체 매출 증가율 추이. ※전년 대비 기준 2월 마이너스(-) 7.8%.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세계 IT산업 경기를 점치는 지표로 간주되는 대만 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만 주요 IT 업체 19개사의 지난 2월 매출은 7039억 대만달러(약 25조636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대만 IT 업계 매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춘제(설날) 변수로 2월 영업일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도 매출 감소 원인 중 하나였다. 지난해 춘제는 1월 말에 있었지만 올해는 2월에 있었다. 그러나 일시적인 영향을 배제한 1~2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로, 지난해 전체 증가율 6.4%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성장둔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대만 전자부품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아직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9개사 중 14곳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1~2월 기준으로는 과반수가 넘는 10곳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만 IT 업체들은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애플 최신 스마트폰 기종인 아이폰X(텐)의 부진한 판매가 대만 업체들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애플은 안면인식 등 새로운 기능을 내세웠지만 아이폰X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지난 1월 대만 하청업체들에 1분기 생산계획을 축소해 통보했다.

아이폰X 완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훙하이정밀공업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보다 4% 감소했다. 광학렌즈 업체인 라간정밀은 아이폰X 부진 악영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라간정밀 매출은 전년보다 35.3% 급감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아이폰X는 카메라는 물론 안면인식에 사용되는 적외선 등 렌즈 용도가 늘면서 수요 확대 기대가 컸지만 실제 결과는 어긋났다. 아이폰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TSMC 매출도 9.5% 감소했다.

그나마 아이폰X보다 저렴한 구형 아이폰과 관련된 기업들은 비교적 선전했다. 훙하이와 경쟁 관계에 있는 페가트론은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2.1% 증가했다. 아이폰 금속케이스를 생산하는 캐처테크놀로지는 매출이 20.1% 급증했다. 대만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캐처 측에 아이폰7 대형 주문을 넣은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대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국세에 쫓기고 있다. 훙하이 계열사인 치메이이노룩스의 지난달 매출은 34%, AUO는 20% 각각 감소했다. 양사는 1~2월 매출도 전년보다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업체들이 증산하는 가운데 패널 단가가 하락해 이들 업체가 곤란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중국 국영 디스플레이업체인 경동방과기집단(BOE)은 지난 8일 965억 위안의 패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훙하이와 일본 자회사 샤프도 중국 광저우에 세계 최대 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AUO의 펑솽랑 회장은 “2년 후에는 전 세계 패널 시장에 공급과잉이 일반화할 것”이라며 “자동차용 등 틈새시장 개척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경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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