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올 들어 글로벌 증시 혼란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현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2만 달러(약 2128만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나서 바로 매도세의 급격한 유입으로 반 토막이 났다. 그로부터 1개월 뒤인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에 걸쳐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증시가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기준이 됐다며 만일 글로벌 증시가 다시 후퇴한다면 그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먼저 폭락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덕 램지 로이트홀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비트코인이 시장의 투기 광풍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인식으로 그 가격을 더욱 면밀히 주시하게 됐다”며 “지난해 12월과 1월에 비트코인과 주가가 각각 정점을 찍은 것은 당시 투자자들의 낙관주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톰 포레스터 포레스터캐피털매니지먼트 CIO는 “특히 가상화폐의 커다란 움직임에 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을 투자심리 지표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비트코인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데이터트렉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S&P500 90일 상관관계 지수’는 지난달에 2016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이전 버블 시기 다른 투자자산이 했던 것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변하기 시작하면 최고 수익을 올리는 자산이 처음으로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에도 전자상거래업체 펫츠닷컴과 온라인 식료품업체 웹밴그룹에 이르기까지 가장 투기적인 종목으로 평가받던 기업들 주가가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또 펫츠닷컴 등은 닷컴버블이 붕괴했을 당시 시장 전반보다 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심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비트코인과 현재 증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음료수 업체 롱아일랜드아이스티가 사명을 롱블록체인으로 변경하자 주가가 5배 폭등했다. JP모건체이스는 비슷한 시기 뉴욕증시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S&P500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