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소상인이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일상생활 시간에서 일에 10.9시간, 개인생활에 1.4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과 개인시간의 비율은 약 9대 1로, 근로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개인 삶에 투입할 시간이 거의 없어 일과 삶의 균형도가 바닥에 머무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의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의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소상인 일과 삶의 균형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대상 업종 모두 소상인의 하루 중 개인 생활은 2시간 미만이었으며, 특히 50세 이상과 도·소매업, 음식점업에서 전체 평균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 매출 규모가 높아도 개인생활 시간 확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개인생활이 거의 없이 하루 중 대부분을 일하는 소상인들이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도는 41.8점에 불과했다. 특히 40세 미만(48.4점)과 60대 이상(38.4점)의 차이가 10점에 달해, 연령이 높을수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소상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평균 8시간의 노동과 3시간 정도의 개인시간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약 7대 3으로, 일반적인 근로자들의 일과 삶의 비율 정도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년 전과 비교해 일과 삶의 균형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변화없다’는 응답이 67.1%로 가장 높아 소상인의 ‘워라밸’ 수준은 정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빠졌다는 응답도 29.1%에 달했고, 좋아졌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이 나빠지면서 절반 이상이 ‘일의 질이 저하되고’(55.9%) ‘만성피로·피곤함·우울감이 많아졌다’(54.9%)고 호소하는 등 많은 자영업자들이 노동생산성 저하와 건강이상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대외적 문제인 ‘내수불안 등 경기침체’ (72.9%)가 가장 높았고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여유 부족’(60.4%)이 뒤를 이었다. 내부적 문제인 ‘오랜 노동시간’(37.1%)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사회안전망 확대’ (48.4%)가 가장 높았고, ‘사업영역 보호’(43.9%), ‘사업활성화 지원’(38.1%), ‘노동시간 단축 지원’(28.7%)이 뒤를 이었다.
특히 소매업에서 ‘사업 영역 보호’ 응답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탈에 대한 우려로 소매업 분야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사업 영역 보호 요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한국은 주당노동시간이 OECD 중 두 번째로 긴 ‘과로사회’로, 특히 생계형 자영업이 많은 우리나라 소상인 특성상 일과 삶의 균형은 매우 열악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나, 소상인은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이유로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소상인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일자리 안정자금과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 등 기존 제도와 더불어 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전략적 창업을 위한 상권정보시스템 개선, 온·오프라인 카드수수료 인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폐업 시 재출발 지원 등 넓은 차원에서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